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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혁명과 우리의 잃어버린 3년
박승주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전 여성가족부 차관)  |  sjparkciv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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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29  07: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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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

현대사의 역설이지만, 우리가 중국보다 잘살게 된 데는 마오쩌둥의 공이 작지 않았다. 한국의 경제개발 착수 4년 뒤, 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1966~1976)의 광풍에 불을 댕겼다. 이념이 실질을 누르고, 광기가 이성을 압살한 광란의 시기였다.

 중국이 10여년간 사상의 살육극을 벌이는 사이 우리는 실용적 국가 건설의 길을 질주했다. '잘살아 보세'의 꿈을 이룰 최적의 국가 전략을 찾아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한국은 '실용 과학'을 했고 중국은 '정신 승리'를 했다. 출발선상의 그 10년 차이가 지금 한·중의 격차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오쩌둥의 광기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우리가 중국에 싸구려 짝퉁을 팔고 있었을지 모른다.

지난 3년은 국정에서 '과학'이 실종된 시기였다.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던 과학적 실용주의가 배제되고 그 자리를 정치와 이념과 선거 공학의 유사(類似) 과학이 점령했다. 문재인 정부가 세계 최초로 들고 나온 '소득주도 성장론'은 사이비 과학에 다름 아니었다. 경제가 성장해야 소득이 늘어나는 인과관계를 거꾸로 뒤집어 마차가 말을 끄는 기적을 이루겠다고 했다.

기업 때리면서 일자리 만드는 마법도 보여주겠다 했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인데 반기업 정책으로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했다. 부동산마저 비(非)과학을 달렸다. 공급 대책 없이 오로지 투기 때려잡는 규제만으로 집값 잡는 마술을 부리겠노라 했다.

비과학의 맹신이 극단까지 치달은 것이 탈원전이었다. 대통령이 보았다는 한 편의 영화, 상상력으로 그려진 허구의 픽션이 과학을 이겼다. 북한이 선의로 핵·미사일을 포기할 것이란 비핵화 사기, 미국과 거리 두어도 동맹은 굳건할 것이란 착각, 중국 비위 맞춰주면 우리 편이 돼줄 것이란 대중국 굴종 등등이 다 비과학적 세계관의 산물이었다. 현실이 아닌 희망 사항,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투영한 이념의 국정이 펼쳐졌다. 납에서 금을 뽑겠다는 중세 연금술과 다름없었다.

운동권 출신 권력 실세들의 두뇌 구조가 이념의 주술(呪術) 외우는 연금술사와 다르지 않았다. 무얼 생산적으로 건설해본 경험이 없는 그들의 세계관은 과학적 현실주의와 거리가 멀었다. 경제가 고꾸라져도 "견실하다" 하고, 일자리가 사라져도 "성과가 나타났다"고 우기며 국정 폭주를 이어갔다. 정책 실패를 알려주는 통계와 지표들이 쏟아져도 보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어떤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지난 3년은 '잃어버린 3년'으로 기록돼야 마땅하다.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고용 참사가 빚어졌으며 빈부 격차가 더 심해졌다. 한·미 동맹에 금이 가고, 중국에 냉대받고, 북한에 모욕당하면서 국격이 땅에 떨어졌다. 법치(法治)가 흔들리고 공정과 정의가 시험대에 올랐다. '한 번도 경험 못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게 나라냐"고 했다. 현실 부정의 비과학 국정이 가져온 처참한 결과를 목격하면서 우리는 좌파 이념의 파괴적 속성을 알게 됐다. 비과학의 폭주가 어떻게 나라를 말아먹는지 실감했다.

그리고 우한 코로나가 덮쳐왔다. 코로나 사태는 과학이 푸대접 당할 때 벌어지는 국가적 참사였다. 전문가들이 제안한 과학적 방역법들이 무시당했다. 의사협회·감염학회 등이 '중국인 차단'을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정부는 끝내 거부했다. 중국의 어떤 선전 매체가 우리를 향해 "외교보다 방역이 중요하다"고 조롱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정부가 한 것은 과학적 방역이 아니었다. 바이러스 잡는 방역 대신 중국 눈치 보는 '외교'를 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이 정권의 뼛속 깊숙이 박혀있는 '친중 DNA'의 무서움을 알게 됐다.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은 근거도 없이 "코로나 종식"을 언급했다가 혼란을 불렀다. 질병관리본부의 과학적 판단을 무시하고 맹목적인 희망 회로를 돌렸다. 집권당은 신천지 탓에다 전직 대통령까지 엮어가며 물타기에 총력전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에서 온 한국인이 더 문제"라는 기상천외한 주장까지 펼쳤다. 온 나라를 바이러스 전쟁터로 몰아넣은 방역 실패 앞에서도 대통령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선거에 악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 생명을 놓고서도 '총선 조급증'이 과학을 이기고 있다.

중국의 문화혁명은 거대한 국가 자살극이었지만 80년대 운동권은 이를 숭배했다. 좌파의 정 신적 사부 리영희는 "인류 최초의 의식개조 혁명"이라며 찬양했다. 그 사상적 세례를 받고 자란 운동권이 지금 정권 핵심부에 포진해있다. 문 대통령은 리영희가 쓴 그 책을 "내 인생을 바꾼 책"이라고 했다. 과학을 밀어낸 괴물 같은 정치가 대한민국을 실패 국가로 전락시키고 있다. '잃어버린 3년'이 5년, 10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악몽 같다.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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