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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국민웰빙계정을 만들자..
박승주박사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  |  sjparkciv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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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5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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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 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국민일보 2018-06-05 05:02 기사원문 스크랩)

1인당 소득은 늘어나지만 행복감은 세계 57위로 추락..경제지표로만 알 수 없는 신뢰, 공정성 등 사회적 가치 포함한 게 ‘국민웰빙’..삶의 질 챙기겠다는 文정부, 예산 반영 등 첫 걸음 떼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전 세계 11위, 1인당 GDP는 27위였다. 그러나 유엔 행복 보고서에 나타난 한국인의 행복감은 계속 하락해 2017년 기준 57위에 불과하다. 국민소득이 높아졌는데 행복감은 오히려 낮아지는 ‘이스털린(Easterlin)의 역설’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 성장 정책의 정당성도 문제가 된다. 기후 변화를 파악하려면 기상 관측이 필요하고, 농산물의 과도한 가격 하락이나 품귀 현상을 막으려면 농업 관측 사업이 필요하듯 ‘국민웰빙’을 높이려면 국민웰빙을 측정할 계정이 필요하다. 생산의 증가를 재는 경제 계정만으로는 국민 눈높이 생활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70년 전 GDP 개념을 창안한 쿠즈네츠의 경고이기도 하다.

국민웰빙은 객관적 소득, 건강, 심리적 행복 같은 개인적 웰빙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 신뢰, 공정성과 투명성 등의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체감되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웰빙을 포괄한다. 국민웰빙 계정을 갖추게 되면 국민의 다양한 웰빙은 어떤 수준인지, 어떻게 변했는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특별히 뒤진 것은 없는지, 취약 집단은 누구인지, 불평등은 심각하지 않은지 등을 살필 수 있게 된다.

영국의 신경제재단 연구에 따르면 국민웰빙 계정을 활용할 경우 좁은 경제지표만으로는 보기 어려운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재정의하고, 이를 향상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가능해진다.

국민웰빙은 소득 증가만으로 높아지지 않는다. 유엔 연구자들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157개국을 조사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뢰, 투명성, 거버넌스, 사회적 관계 등의 수준과 행복 간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존재했다. 특히 거버넌스 역량이 뛰어난 상위 10대 국가의 경우 최하위 10개국에 비해 국민 만족도 증가가 마치 GDP가 40% 증가했을 때와 유사한 효과를 가져왔다.

국민웰빙을 제대로 측정해야 정부의 다양한 사회정책이 수요자인 국민에게 미치는 효과를 파악할 수 있다. 소득 주도냐 혁신 주도냐를 둘러싼 성장 논쟁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도 국민 눈높이에서 평가할 기준은 빠진 정책 공급자 간 논쟁이기 때문이다. 정책 소비자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펴야 정부와 국민 간 거리도 줄어든다.

문제는 정부 정책의 진정성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모두 ‘국민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지만 늘 용두사미였다. GDP를 우선시하는 성장주의자들이 주도하는 경제부처의 강력한 비토가 이유였다. 그간 발표된 웰빙 관련 지수로 따지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중 늘 꼴찌였는데, 추가로 매를 벌 일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과거 정부의 ‘민생지수’나 ‘국민행복지수’도 그렇게 묻혀버렸다.

일반인 눈에는 간단해 보일지 모르나 국민웰빙 계정을 만들려면 주도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국제 비교와 장기적 동향 추적이 가능한 객관적, 주관적 데이터를 모으는 일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지금 시작해도 차기 정부에 가서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GDP 추계와 비교하면 훨씬 적겠지만 상당한 예산과 인력, 그리고 자원도 필요하다. 아직 국제적 표준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보니 학계의 활발한 연구와 결합해야 개념과 측정의 지표가 가다듬어질 수 있다.

성장론자의 금과옥조가 된 GDP도 현재 모습을 갖추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OECD에서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라는 불과 22개 지표를 선정하기까지 10년 이상 다양한 국가의 전문가들이 토론했고, 만들어진 지표도 여전히 개선 중이다. GDP가 가진 문제를 국민 눈높이 지표로 만들고자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시작한 개선 작업도 세 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와 프랑스 통계청의 긴밀한 협조 하에 진행됐지만 결과는 미완성이다.

그래도 국제적 수준에서는 상당한 진전과 합의가 이뤄졌다. 가난하지만 국민이 행복한 나라 부탄은 국민총행복지수를 만들어 관리한다. 중동의 부국 아랍에미리트(UAE)는 국민웰빙을 챙기는 행복부(幸福部)를 만들고 장관을 임명했다. 이 나라들은 국민웰빙을 국정 운영의 목표로 삼아 정책 조정의 근거와 명분으로 활용한다.

야당 정치인 시절 부탄을 여행한 바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총행복지수를 만들겠다고 한 바 있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국민 행복과 삶의 질을 챙기겠다고 선언했다. 이제는 구체적 실천으로 진정성을 보일 때다. 내일의 국민웰빙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오늘 국민웰빙 계정이라는 제대로 된 우물을 파야 한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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