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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제안
노동시간 단축의 현황과 과제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ckkang@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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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9  14: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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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필 규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OECD국가 중 두 번째의 장시간 노동 시스템을 바꾸려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 시간 단축 정책에 대해 관련 주체들은 기대와 함께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기업 측은 비용 부담의 증가, 인력난 심화, 납기대응능력 등의 약화로 인한 경영여건의 악화, 노동자 측은 임금 감소 및 격차 확대로 인한 근로 여건의 악화, 정부는 유연성이 높지 않은 노동시장과 중소기업의 취약한 경쟁력으로 인한 신규고용 창출의 어려움과 노동시간 단축 혜택의 편중 등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 개선을 위해 노동시간제도의 유연화, 단시간 노동의 내실화 및 활성화, 생산성 향상 노력이 필수불가결하다.

선진국 위상에 걸맞지 않는 장시간 노동 국가 한국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두드러지게 노동시간이 긴 나라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간은 2016년에 2069시간으로 멕시코(2255시간)에 이어 2위이고 OECD 평균(1763시간)보다 306시간, 독일(1363시간)보다 706시간이 많고 한때 장시간 노동의 대표국이었던 일본(1713시간)보다 356시간이 많은 수준이다.

2500시간 전후의 장시간 노동으로 OECD 1위였던 2000년대 초반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장시간 노동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와 3만 달러의 국민소득 수준을 보이는 한국이 노동시간에서는 왜 이렇게 후진적인가? 몇가지 원인이 지적되고 있다.

첫째, 풀타임 정규직의 장시간 노동에 유리한 보상시스템이다.
해고가 쉽지 않고 비정규직이나 파견노동 등의 활용에 제약이 많은 노동시장에서 기업은 생산 변동의 리스크를 풀타임 정규직의 노동시간으로 조절하는 것이 유리하였고, 노동자도 높은 할증률의 초과노동시간을 통해 수입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였기 때문에 노사간 이해 일치에 의한 장시간 노동 체계가 고착화되었다.

둘째, 노동시간이 긴 자영업자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7년 12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3일만 쉬면서 하루에 10.9시간을 일하여 한 달 평균 노동시간은 294.4시간, 연간으로는 350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자영업자의 비중이 OECD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에 25.5%로 미국(6.4%), 독일(10.5%), 일본(10.6%)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정부정책도 장시간 노동의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2004년 주 40시간제를 도입하여 장시간 노동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 것을 제외하고는 포괄임금제의 지속, 법정근로시간에서 휴일 근로의 제외, 다수의 특례업종 허용 등에 보는 것처럼 장시간 노동을 지속시키는 핵심 제도에 대한 개선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 결과 주당 40시간 이상 근로하는 취업자 비중은 2015년 시점에서 한국은 OECD 평균(64.4%)보다 훨씬 높은 80.0%(OECD Stat)의 수준을 보이고 있는 반면, 주 30시간 미만 시간제 노동자 비중은 한국이 10.9%로 네덜란드(37.6%), 독일(22.2%), 일본(20.5%)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다(「Labour Force Statistics」).

문재인 정부 노동시간 단축에 적극적 개입
이처럼 강고히 구축된 장시간 노동 체제가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 들어 커다란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2018년 2월 28일 여야 합의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여기에는 주당 법정 노동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6시간 단축, 노동시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하는 특례 업종을 현행 26종에서 5종으로 대폭 축소,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만 적용하던 법정공휴일 유급 제도를 민간기업에도 확대하는 등의 강도 높은 노동시간 단축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노동시간 단축 방안에 대해 관련 주체들은 기대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먼저 기업은 장시간 노동의 단축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생산성 향상이 수반되지 않으면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인력난에 시달리고 지불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이 인력난을 더욱 심화시키고 납기대응능력 등을 크게 약화시켜 경영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스타트업이나 R&D부서는 성과를 내기까지 집중적인 몰입 기간이 필요한데 노동시간 단축 규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노동자들도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져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겠지만, 단축된 노동시간만큼 임금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임금 감소가 지불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시간 단축이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확대시키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의한 신규고용 창출이 가장 큰 관심사이지만 유연성이 높지 않은 노동시장과 취약한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이라는 제약조건하에서 신규고용창출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자영업자나 영세기업 등 노동시간 단축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여 단축의 혜택이 일부 노동자에게만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몇가지 과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노동시간 단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 기업경쟁력 제고, 일자리 창출, 양극화 완화 등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노동시간 단축이 이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노동시간의 양적 단축이 지속가능하고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노동 수요의 변화에 따라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노동시간제도의 유연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 근로시간저축제의 활성화, 단시간 노동자나 파견 등의 비정규직 유연 노동의 규제완화 노력이 필요하다.

2018년 통과된 노동시간 단축법안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 등의 보완책을 2022년 말까지 마련한다는 내용이 부칙에 포함되었지만 보다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둘째, 비정규직 단시간 노동은 여성인력이나 고령 인력의 활용을 통해 외벌이 중심의 정규직 장시간 노동을 개선할 수 있는 노동형태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노동 형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단시간 노동에 대한 보상 수준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

비정규직 단시간 노동의 보상 수준이 높아지면 장시간 노동의 또 하나의 원인인 자영업자들도 임금노동자를 선택할 유인이 높아져 과도한 자영업자 비중의 축소, 소득 상승을 통한 양극화 완화, 노동시간의 감소 등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 보전이나 비정규직 단시간 노동의 보상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수불가결하다. 이를 위해 업무시스템의 혁신을 통한 노동시간의 몰입도와 효율성 제고, 교육훈련이나 업무환경 개선을 통한 창의성 제고 노력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스케일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 시간의 단축을 통해 생겨난 여유 시간은 보통 휴식이나 여가의 시간으로만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데, 인공지능시대와 100세시대의 일자리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여유 시간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창조의 시간으로도 활용될 필요가 있다. ‘저녁이 있는 삶’ 뿐만 아니라 ‘미래가 있는 삶’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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