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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칼럼
포기하는 7포세대를 위해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
박승주 바른마음의인운동 상임대표(세종로국정포럼 이  |  sjparkciv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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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2  10: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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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상 준 POSTECH 교수

근래 내 가슴을 정말 아프게 한 말이 있다. ‘7포 세대’가 그것이다. ‘7포’란 일곱 가지를 포기한다는 것으로, ‘3포’와 ‘5포’가 진화(?)한 것이다.

​‘3포 세대’가 포기하는 것이 연애와 결혼, 출산임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제일 낮은 편에 속하기는 오래된 사실이니, 이 중 ‘1포’는 뿌리 깊은 문제라 하겠다. 여기에 더하여, 청년 실업 문제가 심해지면서 젊은 세대가 결혼과 연애까지도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연애가 가족을 꾸리는 기초요, 가족이 출산의 합법적 장치이며, 출산이야말로 사회의 유지, 발전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따지지 않더라도, ‘3포 세대’의 출현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누가 부정할까 싶다.

‘5포 세대’란 위의 세 가지에 더해서 취업과 내 집 마련까지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다. 대도시에 살 경우 ‘번듯한’ 직장이 있어도 집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은 출산 기피 현상보다도 더 오래된 사실이다. 요즘에는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기까지 하니, 문제의 심각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5포’의 나머지 한 가지가 ‘취업 포기’이고, 여기에 더해져 ‘7포’를 채우는 것이 바로 ‘꿈 포기’, ‘인간관계 포기’라니, 개개인의 행복은 물론이요 사회의 안녕이란 점에서 이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어디 있겠나 싶다.

​청년층의 취업 포기 문제는 수치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 기준 공식 실업률은 3.8%라지만 잠재 구직자를 고려한 체감 실업률은 11.9%에 이르며, 청년 실업률은 공식 통계에서도 9%에 달하고 있다. 2015년 1월 기준 잠재 구직자 186만여 명 중 청년층이 31.8%를 차지하고 이 중 44.4%가 대졸자라 하니, 문제의 실상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청년층의 취업 포기는 바로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것이다. 이들을 두고 ‘취업 연령대이면서도 교육이나 직업 훈련을 받지 않고, 일을 하지도 않는다’(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 하여 니트족이라 하는데, 이름이 주는 상큼함이 실제의 처절함을 반어적으로 강화하는 경우다.

니트족의 등장만으로도 기성세대의 한 명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은데, 포기 항목에 ‘꿈’과 ‘인간관계’까지 넣은 ‘7포 세대’가 운위되는 데 이르니 가슴이 아프지 않을 도리가 없다. 평균수명이 80을 훌쩍 넘기는 사회에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의 세 배 가까이나 남은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포기하다니! 그럴 수밖에 없다니……, 가슴이 막막하다. 미래 전망의 부재가 그들 각각을 저마다의 방에 틀어박히게 하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만이 세상의 전부인 양 주변과의 소통마저 끊게 만든다니, 무어라 건넬 한마디 말조차 생각해 내기 어렵다.

​젊은이들을 ‘7포 세대’로 내몰고 있는 이 사회에서 기성세대로 사는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우리 세대도 젊었을 때는 힘들었다는 점을 들면서, ‘사는 게 다 그런 거’라고, 한편으로는 위로하고 한편으로는 격려하며 할 도리를 다했다고 할 것인가. 내 자식만은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연애도 잘하기를 바라며, 소시민적인 가족 이기주의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만 노력할 것인가.

​세상의 어지러움이 커지면 내 가족의 안녕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IMF 사태와 그 이후의 경제 상황을 통해 이제 우리들 대개가 잘 알게 되었다. 우리도 고생할 만큼 고생했다며, 어느 시대나 사는 게 녹록치 않으니 더 노력하라는 식의 조언(?)을 주는 것이란, 현재의 구체적인 문제를 그릇된 일반화를 통해 없는 듯이 함으로써 실상은 스스로의 양심을 가리는 낯간지러운 자기기만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생각해 보면 깨닫기 어렵지 않다.

연민이나 동정을 표하는 것 또한 충분치 않다. 니체의 말대로 연민이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수치심을 느끼는 대신에, 문제 상황이나 그 원인과 자신은 무관하다는 믿음을 조장하는 자기기만적인 심리일 뿐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청년기의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 서 보기만 해도,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연민이나 동정일 수 없음이 분명해진다.

​자, 그러니 무엇을 할 것인가. 인문학과 인문정신의 견지에서 보자면, 앞서 거론한 문제들이 모두 인간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도 정치도 경제도 모두 인간의 일이라는 점을 항상 잊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자리에 서면, 무슨 말인가를 한다 해도, ‘7포 세대’에게 건넬 것이 아니라 청년들을 ‘7포 세대’로 내모는 사회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 뚜렷해진다.

우리가 그 일원인 이 사회가, 한국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지 못하도록, 사회의 메커니즘이 바로 그렇게 개선되도록 말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시대의 이상인 민주주의가 형식적인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사회 공동체와 미래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에 대해 제대로 말을 하는 이러한 능력은 어떻게 생기는가. 기억에서 획득된다. 문제를 문제로 인정하고 그것을 언제나 잊지 않으며,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우리의 대표인 위정자들이 내세운 약속들을 기억하는 데서 획득된다. 한국전쟁과 산업화·민주화의 고난을 잊지 말아야 하듯이, IMF와 세월호를 잊을 수 없듯이, ‘7포 세대’로 내몰리는 젊은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기억을 생생히 유지하면서 우리 각자가 주권자로서 행동할 때, 사회의 안녕과 미래를 위한 기성세대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과거와 현재에 대한 기억만이 우리의 미래를 구원하는 힘이라 하겠다. 박 상 준 포스택교수 <주간 안전저널​, 201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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